무죄추정 원칙 어긋날 여지 있어
개인 일탈로 회사 존폐 위기까지
업계 “법 취지보다 폐해가 더 커”
입찰담합 과징금 부과 횟수가 ‘시기와 상관없이’ 총3회가 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시키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찰담합을 하면 안 된다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방식이 헌법상 ‘무죄추정 및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이 막지 못한 실무자 개인의 일탈행위로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토교통부도 법안 처리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8일 국회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산법 개정안’을 두고 헌법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정식 국토교통위원회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에 대해 “입찰담합이 건설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자가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확정 판결 시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합당한지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개정안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건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반대논리도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무죄추정 원칙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에 다르게 적용된다”면서 “2003년에 나온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행정청의) 과징금 부과처분의 집행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이를 확정판결 전의 ‘형벌집행’과 같이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둘 다 맞는 논리”라면서 “결국, 법안 내용의 수정 여부는 입법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직원 개인이 저지른 입찰 담합으로 법인이 문을 닫는 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논란도 있다.
법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국 수백 개 현장에서 실무자가 진행하는 건설공사 입찰을 완벽하게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뇌물 삼진 아웃 제도는 사업주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건설업계는 입찰담합이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미처 통제하지 못한 직원 때문에 수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 문을 닫게 하는 건 법 취지보다 폐해가 더 크다고 토로한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국외건설 수주를 할 수 없다”며 “또, 자재와 장비 협력업체의 연쇄부도까지 8만명이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요즘에 어떤 CEO가 담합을 하라고 시키겠느냐”면서 “개정안대로 되면 결국 법인의 세적지를 동남아나 중국 등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1년 개정된 현행법 기준(3년 이내에 3회 이상)에 따라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위반행위 적발 이후 과징금 부과처분까지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현행법 실효성을 높이고자 기간 제한을 없애도록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윤석기자 ys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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